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우리집 뒷산에 오르려고 노력중. 산 이름은 장산이다. 해발 634미터로 그리 높진 않지만 꽤 산을 타는 맛이 난다. 정상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고 억새밭을 돌아서 해운대 신시가지 쪽 폭포사로 내려오는데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한 시간은 줄곧 올라가고 두 시간 반은 줄곧 내려온다. 아예 기장까지 돌아가서 내려오는 방법도 있지만 너무 멀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억새밭에서 신시가지로 내려가는 길 도중에 작은 술집이 있어서 국수, 파전, 두부김치 그리고 동동주를 먹을 수 있는데, 산에 오르는 또 하나의 쏠쏠한 재미이다.
처음에는 정상까지 갈 생각도 없이 한 10분 정도 전력으로 체육공원까지 뛰어올라 철봉과 윗몸 일으키기만 하고 내려오곤 했다. 그러다 친구와 같이 산에 몸풀러 갔다가 아예 정상까지 가보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꾸준히 정상에 가고 있다. 처음에는 러닝화를 신고 올랐는데 단단히 마음먹고 등산화와 등산바지까지 구입하였다. 등산용 상의는 아버지 것을 빌려입는다. 지난 주부터는 주말마다 애인님과 같이 오른다. 물론 애인님과 나의 목적은 각자 다르다. 언젠가는 같아질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산에 많이 갔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시에 합격하자마자 줄곧 산에 갔다.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면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대신 김밥 두 줄과 물 한 병 음료수 한 병을 사서 산 정상에서 까먹고 해질 때까지 앉아 있다가 허겁지겁 내려오곤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친한 친구 8명이 서로에게 쓴 편지를 모아서 장산 정상에 파묻었던,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웠던 짓을 했다 - 분명 영화 '엽기적인 그녀' 때문이었으리라 - . 얼마 전에 몇몇이 모여 산에 갔다가 다시 편지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동안 왔던 비 때문에 병이 깨지고 눅눅해져서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한 친구의 연애 편지는 확실히 판독해낼 수 있었다.
어쨌든 부산에 내려온 이후로 거의 석 달 넘게 산을 꼬박 다녔더니 확실히 몸이 불어나고 체력도 좋아졌다. 처음 산 정상에 오를 때만 해도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장산에 오르는 것 정도는 조금 시시할 정도이다 - 오늘은 확실히 그러했다 - . 아직까지 잠이 안 오는 걸 보니 분명 몸에 힘이 남아 있다. 언젠가 애인님이 장산을 무난하게 오르게 되면, 금정산으로 코스를 바꿔 볼 생각이다. 내 궁극의 목적은 네팔의 ABC를 넘어가는 것이다.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