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by Jerohm
지역주의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01&newsid=20091011074205402&p=yonhap

"부산지방경찰청은 9월 한달동안 오물투기, 음주소란, 노상방뇨 등 기초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2만 3천 153건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3천 755건에 비해 516% 늘어난 것이다." 부산이 1년 새 516%나 더 질서를 지키지 않는 도시가 되었단 말일까? 아무리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임을 감안해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도시 부산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난 여기서 지역주의의 정치 원리가 아주 손쉽게 재생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지역주의란 단지 어떤 지역에 대한 우위를 인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 지역의 비하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기사의 반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부산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이명박에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결과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비난받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부산 사람들이 이명박의 피해자인지 동조자인지를 따져야 할 것 같지만, 이러한 일종의 열광과 분노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이 주어지기를 거부하는 법이다. 아마 이 정도의 맥락은 연합뉴스 이종민 기자가 의도했거나 혹은 방치했을 것이다.

각자의 개인적 경험들이 저 기사가 요구하는 어떤 의식을 선취하여 새롭게 재조합된다. 그러니까 각자가 거친 운전 습관과 쓰레기 투기, '순결'하지 않은 여성과 군대 경험, 그리고 열광적인 이명박 지지를 경험한 것이 저 기사를 통해 표상되는 부산'만'의 후진성의 또다른 근거가 된다. 이제 부산은 결코 변명할 수 없는,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어떤 나라가 된다. 1년 사이에 기초질서 위반행위가 516%나 늘었다는 사실이 실상 경찰들의 건수채우기 단속이 늘었다는 증거임에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 그게 아니라면 정말이지 매력적인 사회학 연구대상임에 분명하다 - , "부산 시민, '기초질서 외면' 는다"는 기사의 제목은 이렇게 반사회적으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역주의가 현실도 아니면서 현실인 것처럼 꾸준히 기생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피지배집단의 것도 아니면서 피지배집단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 지역의 비하를 입에 올리는 즉시 손쉽게, 아무런 변명을 할 필요도 없이 싸움은 번져나간다. 다른 변명과 근거들은 그 비하를 듣고 다시 말하는 또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준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지역주의는 모든 사람을 피해자 - 피지배집단이 아니다 - 로 만드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의 논리가 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획득한다.
by Jerohm | 2009/10/11 22:39 | 메모 | 트랙백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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