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by Jerohm
20140511
2011년 말부터 살던 8평 짜리의 집을 팔려고 부동산에 내놓았다. 꾸역꾸역 늘어나는 짐들을 버겁게 재어놓았으나 더이상은 견디기 어려웠다.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고 굳이 살 필요가 없었던 짐들도 꽤 되는 것 같은데, 그걸 하나하나 가려서 치우는 게 더 귀찮고 신경쓰이는 일 같아서, 눈 딱 감고 이 집을 비우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일이 어그러지면 찬찬히 다시 돌아가서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보다,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있다. 이번 이사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심한 바람.

회사 사무실이 이전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새 집은 합정 근처에 구하게 될 것 같다. 합정에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우선 발품을 팔아봐야지. 그리 좋은 집을 구하려는 마음은 애초에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어찌어찌 형편에 맞춰 계약하게 될 것 같다. 딱 한 번 합정 근처를 둘러본 자의 근거없는 자신감이 이와 같다.
by Jerohm | 2014/05/11 19:43 | 일기 | 트랙백 | 덧글(2) |
20131009
한 달 째 내 몸은 약간의 열기와 그 열기만큼의 무게의 감소를 겪었다. 병원에서는 체온이 이상없다고 했으나 정작 피부는 뜨거웠다. 흡입하는 공기가 피부 위를 뜨겁게 흐르다가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점점 몸은 둔해졌고, 점점 기분은 들떠갔다. 오피스텔 건물을 나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매일 아침 10분의 시간이 여름밤의 공기처럼 후텁지근하게 여겨졌다. 이렇게 숨이 막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말 거야, 라고 나는 막연히 기대했다...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by Jerohm | 2013/10/09 04:23 | 일기 | 트랙백 | 덧글(2) |
20130213
강 선생님의 웨딩 촬영을 돕기 위해 카메라를 구입했다. 근 일 년 넘게 쓰던 500D와 시그마 30미리는 중고매매로 처분하고, 돈을 보태어 5D와 24-70을 마련했다. 웨딩 촬영이 핑계라고는 하나 아주 오래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카메라였다. 간간이 5D를 만져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꼭 한 번 가져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런 마음을 품은 게 거의 10년이 다 된 것 같다.

막상 이것저것 찍어보니 줌렌즈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고민해볼 것 없이 적당히 땡겼다 늘였다 하면서 화면을 맞추는 기분이라, 내가 상상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는 듯 했다. 그래서 선뜻 50미리 렌즈를 하나 더 중고로 구입해서, 어제부터 조금씩 찍었다. 한 몇 년 미놀타 X700과 FM2에 50미리를 물려 썼더니 그 때의 프레임이 여전히 익숙한가 싶었다. 당분간 50미리만 쓸 것 같다.

이러한 익숙함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는커녕 익숙한 것 이상의 것들을 경험해보자는 마음을 먹기도 쉽지가 않다. 눈으로 보는 것만 익숙함이 스며들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털어내지 못하고 가져갈 것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몸이 무거운 건 말할 것도 없다.
by Jerohm | 2013/02/13 13:34 | 일기 | 트랙백 | 덧글(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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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하군요
by 베풀어 at 08/21
완전좋아
by 김진영 at 06/05
ㅋㅋㅋㅋㅋ 재밌네요. ..
by 세진 at 06/15
흠,,, 알아보리다
by 합정 at 06/01
술 끊고 몸 관리 해라..
by aidin at 10/21
24-70 은파시오 쓸데없는..
by bori at 10/16
일어나면 안되죠,,,
by bori at 10/16
박완서 샘은 또다른 위대..
by ㅎ at 09/0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
by 현우 at 11/04
치졸한 닉네임을 써 가면..
by Jerohm at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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