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by Jerohm
20120410
내일은 이 반도국가의 부르주아 계급을 대변할 정치가들을 뽑는 날이라 한다.

일주일에 세미나 및 강좌를 연달아 세 개를 하게 되면서, 부스러지고 있던 나의 '심지'를 다시 세워내고 있다. 물론 순전히 이론적이어서 그만큼의 결론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글들을 보면서 자족하는 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났다는 점에서 나 자신이 다행스럽다, 아주 조금.

그러다 보니 내일의 부르주아 선거도 이전 같으면 특정 정치가의 신랄한 주장들에 고무되고 동조하였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전 잠시 활동했던 진보신당에 대해서만큼은 약간의 애정이 남아 있지만, 이조차도 추억이 불러오는 감정이라, 말 그대로 '그냥 그렇다.' 관계없는 그 이름을 더 불러보아야 무엇하리.

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희망을 말하고 그 희망의 좌절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라 불리고 실질적인 민주주의라 뜻하는 것의 실체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세계에 대해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이 비난하고 저버려야 하는 현실이다. 내일의 흥분은 얼마나 지속될까 따위는 더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그리고 내가 있는 그 곳을 벗어날 수 없는 모든 이들은, 내일 이전에 있다.
by Jerohm | 2012/04/10 17:49 | 일기 | 트랙백 | 덧글(0) |
20111110
빼빼로데이라고 사무실의 몇몇 여자아이들이 빼빼로를 돌렸다. 여자 아이라고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들이 내게는 단지 여자아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포장지를 뜯고 아몬드가 뿌려진 밀가루 막대를 입에 물었다. 플라스틱.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플라스틱처럼, 잠시 물었다 씹는 그 시간이 아무런 맛도 없이 증발했다. 노트북의 키보드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내 손가락 마디마디에 스며들지 못한 분절된 시간들이 늘상 그러했듯.

공허함을 이기지 못해 찾아갔던 연구소는 상상 이상으로 활기찼다. 사무실은 낡았고, 사무실에 쌓인 책들도 낡았고, 그 책들 위에 쌓인 먼지들마저 낡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낡은 것은 그 연구소를 가득 채우던 단 하나의 이론, 죽지 못해 살아있는 그 이론이었다. 끊임없이 변함없이 고집스레 복제되던 그 이론 말이다. 그러나 이상스레 활기찼다. 변하지 않는 것만이 운동할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었음을 깨우쳐주는 듯이.

세미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내 삶은 극적인 것이 남아있지 않음을, 아니 애초에 그러한 삶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난 다시 책을 읽을 생각을 했다. 극적일 수 없는 삶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몇 가지 조건들에 대한 생각들.
by Jerohm | 2011/11/11 03:06 | 일기 | 트랙백 | 덧글(6) |
일상들
오전 7시 30분에 잠에서 깬다. 8시에 집을 나선다. 8시 35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오후 8시 반에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온다. 오후 12시까지 집안일, 피아노치기, 컴퓨터를 하다가 잠을 잔다.

매주 목요일은 노사과연에서 세미나가 있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이 덕분에 예전에 배운 걸 까먹지 않는다. 세미나를 하나 더 참여할 작정이다. '공부'를 통해 탈출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뭐라도 해야 하니까, 우선 익숙한 것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만큼 내가 해이해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내게 남은 시간들 앞에서는, 부정해야만 한다. 항상 기분 드럽게 살 수 없잖아.

우선 머리에 조금씩 기름칠을 하고, 낄낄거리며 읽던 너절한 영미 B급 소설들은 그만 집어치우고, 무어라도 찾아볼 생각이다.
by Jerohm | 2011/11/04 01:52 | 일기 | 트랙백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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